어느 날 차 안에서

운문 2009. 4. 30. 11:26

어느 날 차 안에 앉아 있는데, 앞에
걷는 것 조차 남 일 같지 않아보이는 노인이
폐품이 담긴 리어카를 끌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내려 그에게 위안이 되었어야 했으나
무엇이 망설여졌는지 잠시 그를 지켜보았다.

지켜보기만 해서는 아니 되었던 것이었는지
꽤 만만한 오르막이었음에도 리어카에서
폐품들이 땅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그 순간도 난 그의 위안이 되지 못했다.
무엇이 망설여졌는지 그대로 그를 지켜볼 따름이었다.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숨을 쉬듯,
다시 그 폐품들을 리어카에 담기 시작했다.
그가 폐품들을 리어카에 모두 다시 담는 동안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가만히 그를 지켜보았다.

다시 리어카를 끄는 그를 보는데
그를 돕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잊을 정도로
큰 산이 보였다.
나이든 그의 몸집은 작았지만
말없이 리어카를 끄는 그에게서 큰 산이 보였다.
산이 걷는 것을, 나는 처음으로 보았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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