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안

운문 2009. 12. 1. 09:39
회사에 지각을 할 것 같아
택시를 탔던 날이 있었다.
날은 춥지는 않지만 따스하지도 않았고
택시의 창문에는 김이 서려 있었다.

가는 길이 무료했던 나는
내가 앉아있던 오른편에 가까운 창문에
검지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나를 보고 있었고, 어쩐지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림과 나는 함께 고속도로를 달렸다.
달리던 중 왼편의 창문을 보니
그곳에는 나 이전에 탔던 이가 그려놓은
장난기 어린 웃는 얼굴이 있었다.

택시에는 나 혼자 탔지만
그리 쓸쓸하지도, 그리 춥지도 않았다.
아마, 택시의 히터가 자기 할일을 다 했을 것이며
양옆에서 날 보고 웃던 얼굴들이 자기 미소를 다 했을 것이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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