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마감

심준섭 2008. 8. 27. 20:01

국내 최대의 온라인/오프라인 미디어, 광고대행업체 그레이큐브의 오프라인 매거진 BROKENSEVEN MAG.의 창간호의 마감 작업이 끝났다.

그레이큐브는 현재 11명의 직원들이 함께 숨쉬는 유기체지만 편집부는 단 6명. 임상훈 편집장님을 필두로 이문지 에디터, 김지나 디자이너, 윤시영 디자이너, 정후영 포토그래퍼 그리고 나, 심준섭 에디터가 그 6명이다.

모든 것이 어색했다. 나는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무엇이 처음이었는고 하니, 나는 내가 애초에 '글쓰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냥 '글만' 쓰면 되는줄로 알았다. 하지만, 글을 쓰는건 제 2, 제 3의 문제였다.

잡지에서 가장 중요한 줄로만 알았던 글을 두 번째 세 번째로 밀려나게 했던건 '무엇을 쓰는가' 다시 말하면 기획이다.

기획이 있어야, 글이 나오고 사진이 나온다. 나의 한계는 바로 그 기획에서 나온다.

종종 하는 말이지만 나는 창조적이지 않다. 아, 이러면 간지가 안살지. 크리에이티브하지가 않다. 뭔가가 머리속에서 번뜩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작은 소스를 크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소스를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리고 억지로 짜내서 만든 소스도, '그닥'일 경우가 많다.

훈련으로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에게 매우 다행인 것은 내 곁에는 앞서 말한 나 외의 5명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잡지를 함께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내가 없었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들 중 단 한명이라도 빠졌다면 창간은 불가능 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은 최고다.

나는 어서 우리가 최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은 최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아직도 블로그에서 '나'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것 만으로 숨통이 트이는 초짜 중의 초짜다.

새로운 시작을 하는 오늘이 왔다. 시간가는 줄 몰랐던 요 며칠이 지나고 오늘이 왔다.

없던 감기가 걸리고, 수면 부족으로 쩔어있고, 그동안 마셔댄 바카스와 비타500 때문에 볼일볼때마다 카페인이 나오는 기분이다.

더 아파도 되고, 더 못자도 되고, 자양강장제 10리터씩 먹어도 좋으니까

그냥 더 좋은 잡지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나같은건 아무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