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서점에 다녀왔다.
심준섭
2008. 12. 14. 19:22
1. 전부터 가지고 싶었지만 서점에 갈 시간이 안됬네 마네 하는 각종 뻔한 핑계 덕분에 사지 못했던 피천득 선생의 인연을 읽어봤다. 사실 사려고 했는데 좀 읽다가 두고 '간만에 왔으니 구경이나 한바퀴 하다 와서 사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잊어버리고 한바퀴 돈 후 그 길로 나가버렸다. 무서운 건망증이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이야 워낙에 어디에 책을 던져놔도 뚫고 나오는 빛 덕분에 찾아내기 쉬운 존재이긴 하지만 안 읽어본 이들도 명성만으로 할 수 있는 말이니까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뭐, 이미 한건가. 기사를 쓸 때에 항상 경험이나 책에서 읽은 이야기들을 단골로 꺼내어 서론을 풀어내는 나로서는 '명작수필'에 대한 공부가 시급하여, 강남 교보문고 카펫 바닥에 주저 앉아서 읽어본 선생의 글은 교과서와 같았다. 이런 저런 자신의 일상을 몇개 던져놓더니 그 안에서 인간사의 한 진리를 관통시키는데, 혀를 내둘렀다. 그냥 감상했다면 감동하고 웃음 지었을텐데 공부하는 마음으로, '절대강자'의 실력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읽었더니 그냥 주눅들었다. 이러자고 그런건 아닌데. 사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선생의 글 읽었다고 내 건망증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이놈의 건망증은 언제쯤 고쳐지려나.
2. 또 다른 바닥에 앉아서 잡지 '그래픽'을 읽었다. 어떤 디자이너의 인터뷰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
"폰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보고 싶은 내용이면 독자는 다 읽는다."(내용 추림)
잡지 만들면서 폰트의 중요성에 대해서 꽤 많이 통감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폰트 디자인 하는 사람은 폰트의 가시성에 대해서 별 생각안하고, '글만 좋다면야 뭐,'이런 입장이니 약간 허탈했다. 각자 입장 차이가 있겠고 그 입장들이 폰트를 만드는 입장과 폰트를 사용하는 이들이 서있는 위치와 연결된다면 당연한 차이겠지만. 하나 확실한건 굴림체든 듣보잡 새로운 폰트든 '글'이 좋아야 한다는 것. 손이 떨린다.
3. 간만에 잡지들을 쭉 흩어봤다. 사실은 브로큰세븐 볼륨1을 사고 싶어서 너어무 뒤늦게 찾아간 서점이었는데 품절찍고 없더라. 나름대로 홍보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검색대에서 브로큰세븐을 검색해놨다. 한명정도는 더 봤겠지. 그런데 이런 저런 잡지들을 보고 있는데 저절로 레이아웃이나 구성 이런걸 보게 됐다. 이건 뭐, 꼴랑 두번 내본 놈이 먼 소리냐 하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잡지할 때 많이 힘들었다. 항상 남들에게 하는 소리지만 난 창조적이지 않고 때문에 잡지를 하면서 좋은 기획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패션 쪽 전문인력이 아니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그 외적으로도 뭔가 신선한 기획을 내지는 못했으니 핑계는 통하지 않겠지. 오히려 취재하고 섭외하고 글 쓸때 편했다. 기획 회의할 때면 많이 떨렸다. 오늘은 뭐로 웃겨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개그맨의 심정이 이런걸까?
잡지할 때는 늘 이런 저런 잡지들을 보면서 살았는데 무신사에 전념하곤 그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점에서 잡지들을 쭉 봤는데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지더라. 잡지를 할때 배운 많은 것들을 지금 무신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잡지가 하고 싶어서 죽겠다'라는 생각아니지만 밤새워 마감하던 기억이 아련하긴 했던 걸까. 알지도 못하는 별 잡지를 읽어보다가 느낀건데
난 잡지만드는 것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무신사에서 더 멋지게 끌어내봐야지. 웹'진'으로서의 무신사는 이제 시작이니까. 난 과연 시간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2. 또 다른 바닥에 앉아서 잡지 '그래픽'을 읽었다. 어떤 디자이너의 인터뷰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
"폰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보고 싶은 내용이면 독자는 다 읽는다."(내용 추림)
잡지 만들면서 폰트의 중요성에 대해서 꽤 많이 통감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폰트 디자인 하는 사람은 폰트의 가시성에 대해서 별 생각안하고, '글만 좋다면야 뭐,'이런 입장이니 약간 허탈했다. 각자 입장 차이가 있겠고 그 입장들이 폰트를 만드는 입장과 폰트를 사용하는 이들이 서있는 위치와 연결된다면 당연한 차이겠지만. 하나 확실한건 굴림체든 듣보잡 새로운 폰트든 '글'이 좋아야 한다는 것. 손이 떨린다.
3. 간만에 잡지들을 쭉 흩어봤다. 사실은 브로큰세븐 볼륨1을 사고 싶어서 너어무 뒤늦게 찾아간 서점이었는데 품절찍고 없더라. 나름대로 홍보를 해주고 싶은 마음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검색대에서 브로큰세븐을 검색해놨다. 한명정도는 더 봤겠지. 그런데 이런 저런 잡지들을 보고 있는데 저절로 레이아웃이나 구성 이런걸 보게 됐다. 이건 뭐, 꼴랑 두번 내본 놈이 먼 소리냐 하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잡지할 때 많이 힘들었다. 항상 남들에게 하는 소리지만 난 창조적이지 않고 때문에 잡지를 하면서 좋은 기획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패션 쪽 전문인력이 아니기 때문이긴 하겠지만 그 외적으로도 뭔가 신선한 기획을 내지는 못했으니 핑계는 통하지 않겠지. 오히려 취재하고 섭외하고 글 쓸때 편했다. 기획 회의할 때면 많이 떨렸다. 오늘은 뭐로 웃겨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개그맨의 심정이 이런걸까?
잡지할 때는 늘 이런 저런 잡지들을 보면서 살았는데 무신사에 전념하곤 그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서점에서 잡지들을 쭉 봤는데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지더라. 잡지를 할때 배운 많은 것들을 지금 무신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잡지가 하고 싶어서 죽겠다'라는 생각아니지만 밤새워 마감하던 기억이 아련하긴 했던 걸까. 알지도 못하는 별 잡지를 읽어보다가 느낀건데
난 잡지만드는 것을 꽤 좋아했던 것 같다.
무신사에서 더 멋지게 끌어내봐야지. 웹'진'으로서의 무신사는 이제 시작이니까. 난 과연 시간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