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
그 곳에서도 그러고 사시길 바랍니다.
심준섭
2009. 9. 3. 11:50
예쁘다기보다는 아름다웠습니다.
스크린, 브라운관, 잡지
사각의 공간안에서 당신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참으로 밝았습니다.
태양처럼 밝았다기 보다는, 그 태양의 햇살이
거울에 비친 정도였습니다. 감히 쳐다볼 수 있는 딱 그 정도 말입니다.
어찌 이렇게 나를 위로하던 이들이 떠나가는지요.
이미 셋을 보낸 나는 그대를 보내며 아니 울지 못합니다.
그대가 내쉰 숨을 내가 마실정도로 가깝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그대가 숨을 쉴때 내가 숨을 참고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대가 내쉰 그 숨이 돌고 돌아 나의 곁을 스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대는 어찌 떠나가는지요.
그대는 화려하기보다는 청초했고 그 청초함이 눈부셔 아름다웠습니다.
선의 뚜렷함에서 오는 경외감보다는 다채로운 색의 조화가 부르는 공감이 있었습니다.
여러 타인으로 분했던 그대여. 가는 순간에는 그대였었나요.
그대가 분했던 여러 타인을 내 기억하나,
그 안의 당신이 더욱 내 가슴에 깊게 새겨져 있음은 어찌된 일일까요.
당신은 제 앞에서 한순간도 당신이었던 적이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진정 바라건데,
그대는 그 곳에서도 여러 사람이 되어
그대를 보는 다른 이들을 울리고 웃겼으면 합니다.
내 당신과 가까이 지내기 민망한 이였던지라 잘 알지는 못하나
그대가 사각의 공간안에서 내보인 오색의 빛이
그 곳에서라고 바랠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 아름다웠던 배우, 장진영씨를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