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3월말이었다. 누가 정했는지 모를 계절의 정의가 심각하게 미약해진 2008년인지라 날짜가 날짜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이도 추웠다. 그때 나는 처음 입사하여 동서 구분이 안되는 어리버리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을 만났다. 말이 참 없어보였다. 같이 일하게 된 것 같아 친해지고 싶어서 이렇게 말했다. '말 편하게 해요'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씨라고 불러요'
함께 일을 하는데 1년이나 한 잡지를 이끌었던 사람이었어서 그런지 전화하고 받고부터가 달랐다. 두서없이 좀 '좋아'보였다. 하루는 퇴근을 했는데 사장님이 전화를 했다. '준섭아. 많이 배워.' 그럴셈이었고 생각대로 말했다. 그리고 사장님도 말한적이 없고 그가 말한적도 없는데 '편집장님'이라고 불렀다. 생각해보면 편집장과 말을 놓으려고 했던 나도 대단한 녀석이다. 하긴 인간 심준섭, 군대있을 때 부터 개념없는거 하나는 알아줬다.
그는 내 글을 독자가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줬다. 글의 내용은 자음 모음하나 바뀐 것이 없는데 내가 썼을 때랑 달랐다. 그는 그렇게 나의 스케치위에 색을 입혔다. 고흐의 빨강이었고 모네의 노랑이었다.
그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 입장에서도" 그는 입버릇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그의 배려는 버릇이다. 그것도 10년된 간장종지에 베인 검정물같은 깊은 버릇이다. 그토록 그는 배울것이 많았다. 아니, 많다. 그는 지금도 현재형으로 내 곁에 있으니까 말이다. 언젠가 그가 말했다.
'저는 준섭씨한테도 많이 배워요.'
나 같은 것에게 배운다니, 그의 겸양은 이제 일수를 이룬것 같다. 그래서 늘 고맙다.
만나서 다행인, 임상훈 편집장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