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형은, 아니 영우형의 존재는 아주 가공할 정도로 무서운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비더스에서 C/S일을 도와주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무신사 일과 비더스 일을 동시에 하는 바람에 업무에 과부하(지금 하는 수준에 비하면 새발의 적혈구 정도지만)가 걸려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화를 매우 싹앗즤없게 일본으로 떠넘기고 있던 시절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걸려온 전화를 일본으로 싹앗즤없게 넘기고 있었는데, 대웅이형이 놀러왔다. "나 아는 동생이 여기서 물건을 샀는데 넘후 싹앗즤가 없어서 야구 배트로 머리통을 깨버린다는데 누구야?" 왠지 겁주는게 아니고 정말로 머리통이 없어져서 부모님께 불효를 하게 될 것같은 생각이 들었던 나는 즉시 대웅이형의 아는 동생분에게 사과 전화를 드렸고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그러니까 그때는 영우형을 그냥 대웅이 형이 아는 동생 중에서도 특급으로 무서운 형이라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영우형과 킥스 도쿄 파티에서 만나서 직접 사과도 드리고 웃으면서 악수도 하고, 그 이후로 푸마 컨텐츠때 영우형이 도와주게 되어 촬영도 하고, 또 비더스 일 모르는게 있을 때 직접 물어보기도 해서 조금씩 친분이 쌓여있었지만, 난 영우형이 참으로 무서웠다. 언제 머리통이 날아갈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없는 나지만 첫만남이란 그렇게 무섭다.

얼마 전에 무신사닷컴 컨텐츠로 영우형을 인터뷰했다. 사실 이 인터뷰는 반년 정도 전에 기획된 인터뷰인데 내가 게으르고 바쁘다는 핑계를 잘 대는 성격인 지라 지금까지 미뤄져 왔는데 영우형은 흔쾌히 받아주었다.

묘한 선입견인지 사실 정말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은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서투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수많은 춤꾼들이 전부 스타가 되지는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스타는 실력과 동시에 남에게 그 실력을 전달할 수 있는 입담이 있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영우형은 이제 특급 댄서다. 그것도 메이저 가수들과 방송, 뮤직비디오에서 단골로 찾는 특급 댄서다. 크럼프 댄스라는 장르에선 한국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그는 자신이 살아온 과정, 춤이라는 것을 추게 된 이유, 지금의 삶,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완벽하게 완성된 스토리를 갖고 있었고 그 스토리를 나에게 한치의 망설임 없이 들려주었다. 김구라가 룰라의 김지현에게 라디오 스타에서 말했다. "김지현씨가 말을 좀 더 잘했더라면 아마 인기가 2배는 많았을 겁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 룰라의 섹시 디바 김지현은 말을 못해서 누릴 수 있던 인기의 반밖에 누리지 못했다. 김지현이 말을 좀 더 잘했더라면 바 차려놓고 망하게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우형은 자신이 왜 스타가 되어야 하는지, 남들이 왜 자신을 필요로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몇몇 연예인들과 인터뷰도 해보았지만, 스타를 만난 기분이 드는 것은 이번 인터뷰 때가 처음이었다. 1년 전부터 알고 있던 형이 내 안에서 스타가 되기 시작했다. 역시, 첫인상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나는 내 학생들에게 항상 준비해놓으라고 가르쳐.
10년 동안 일이 없어도 난 계속 춤연습 할거야."


 

평생 춤추고자 하는 춤꾼, 크럼퍼 영우형에게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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