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입는 옷 중에서, 절대로 ‘패션 아이템’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밖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 정답이 있겠다. 그렇다면 속옷? 아니 될 말. 여성들에게는 이미 옛날 옛적부터 패션아이템이었고, 남성들 역시 바지 위로 살짝 보이는 속옷 로고 등에 신경 쓰게 된지 꽤나 지났으니 속옷은 패션 아이템이라고 불러도 괜찮겠다.

양말? 검정양복에 검정양말을 신는 정도의 ‘매너’가 양말의 가치 그 전부이던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패턴의 패션 양말들이 이제 각종 브랜드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바지를 롤업하면 얼마나 예쁜지 깨달아버린 지금은 더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양말도 패션아이템이라고 부르면 별 문제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내복’이다. 그렇다. 내복이야말로 절대로 패션아이템이라고 할 수 없는, 오히려 몸의 라인을 둔하게 만들어 스타일을 해치는, 그런 옷이다. 겨울철, 내복을 입으면 아주 따뜻하며, 덩달아 실내온도를 낮출 수 있고, 나아가 지구 온난화 현상을 늦출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입기 꺼려질 때가 많다. 고로 내복은 패션 아이템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죽도록 추운 날, 입기도 안 입기도 거시기한 ‘계륵’같은 존재다.

하지만 지구에 있는 모든 내복이 닭갈비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태어난 어떤 내복은 ‘내복도 입을 만하다.’ 라는 인식을 넘어, ‘아, 이 옷 참 예쁘다.’라는 경탄까지 불러왔다. 그 내복 입기 꺼려하는 한국에서 지난 겨울, 18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유니클로의 히트택이 그 주인공. 그 히트택이 2009년 겨울, 더욱 다양한 종류와 색상을 들고 찾아왔고 그 자신이 패션아이템을 증명하기 위하여 ‘패션 쇼’까지 열었다. 그 현장에 무신사 매거진이 다녀왔다.

기존의 벙벙한 내복과는 다르게 슬림하면서도 흡수 및 발열 성능이 뛰어난 형태로 작년 한해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에게 무진 사랑을 받았던 히트택. 대부분의 내복들과 마찬가지로 히트택 역시 ‘스타일’적인 면을 많이 강조했는데, 오직 히트택만이 말뿐이 아니었던 것인지 작년 한해 다양한 스타일링에 이용되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스타일은 올해 더욱 진화하게 되었고, 결국 11월 26일 히트택을 활용한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패션쇼가 청담동 도산공원 사거리의 호림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쇼의 컨셉은 비즈니스, 캐주얼, 스포츠 세 가지였다. 각 컨셉에 맞게 스타일링된 히트택은, 더 이상 이것이 ‘내복’에 머물지 않음을 강조했다.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케주얼 스타일부터 도시적인 감성의 오피스 룩까지 거침없이 연출해낸 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것이었다. 또한 한켠에는 쇼룸을 마련해두어 쇼가 끝난 뒤에 다시 한번 패션과 히트택의 앙상블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도왔다.

한 브랜드에 있어서, 또는 한 아이템에 있어서 의미의 부여는 브랜드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 유니클로의 히트택 역시 마찬가지다. 기능성 내복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내복 이상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 내려야 하며 또한 그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껍데기뿐만 아닌 알맹이도 함께 해야 함은 물론이다. 유니클로는 히트택을 단순한 내복 그 이상의 존재로 정의하기 위하여 실제로 이것이 스타일링이 가능한 것임을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증명했다. 히트택에 대한 큰 관심만큼이나 많은 프레스들이 모였고, 따라서 많은 매체들에 소개될 본 프레젠테이션 패션쇼가 히트택을 포함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내복을 모조리 못 믿고 있는 극 소수의 이들마저 설득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응답은 유니클로가 알겠지만 에디터는 YES에 한 표를 던지겠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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