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운문 2010. 1. 29. 20:50


어느날 발에 쥐가 나서
아무리 얼르고 달래도
아무런 소용이 없던 날이 있었다.

아픈 발을 움켜쥐고선
거울을 보니
눈이 하나 달린 머리에 뿔이난
도깨비가 서있었다.

놀라버린 나
형체가 명확한
얼굴이 붉고 화난
못생긴 도깨비.

꿀같은 꿈만을 그리던
거울속의 내 모습은
어느덧
피맻힌 흰자위,
좁쌀만한 눈동자 뿐이었다.

거울을 깨고 하늘을 보니
계절은 겨울이고 때는 밤이었다.
하늘은 붉었고 구름은 검었다.

영원히 추울 것 같던 그 겨울은
역시나 살갗을 벗겨냈고
끝없이 머물 것 같던 그 밤은
역시나 그대로 어두웠다.

끝나지 않는 겨울과 밤사이에서
나는
눈이 하나가 되고 피부는 붉어진
미친 내 얼굴을 붙잡고
아직도 글썽이는 피를 닦지 못한 채
깨버린 거울을 보고 있었다.

2005년 1월 30일, 지금보다 뜨거웠던 어느 겨울
Posted by 심준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