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13.05.21 전화기를 붙잡고
  2. 2012.04.09 눈과 코 사이에
  3. 2011.01.14 歌人
  4. 2010.12.29 울지 못한다.
  5. 2010.12.13 예전에 썼던 글
  6. 2010.07.28 우산
  7. 2010.02.15 신년 5
  8. 2010.01.29 도깨비
  9. 2010.01.29 사랑의 하나님
  10. 2010.01.10 센티멘털 5

전화기를 붙잡고

운문 2013. 5. 21. 14:13

전화기를 붙잡고


심준섭


건물에서 나와, 가동이 끝난 승강기를 지나

계단을 오르며, 어두운 와중의 가로등 불을 스쳐

사각의 건물들, 흐르는 노래들, 어두운 밤공기를 만나

주유소를 지나, 안경점을 지나, 문 닫은 빵집을 지나

비에 젖은 아스팔트, 미끌거리는 과속방지턱

닿아 버린 정류장, 도착한 집 방향 버스

창문을 열고, 세차게 스며드는 바람을 맞을 때

흘러가는 풍경, 움직이는 시야, 걸어가는 시간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 보도블럭에 발을 올리고

편의점에서 차가운 맥주를 사고, 병뚜껑을 돌리고

메인 목을 녹이면, 다시 목이 메이고

걷다가, 걷다가, 집 앞에 도착해

계속 빙빙, 빙빙 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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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코 사이에

운문 2012. 4. 9. 19:49

눈과 코 사이에

 

눈과 코 사이에, 뜨거운 것이 있어

그것이 나오려고 한다.

이것은 지금 나올 일이 없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웃음을 판다는 생각을 한다.

내 웃음을 팔아서 내가 유지 된다는 생각을 한다.

 

내 웃음은 본디 부터 끊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끊이지 않는 것,

조금은 떼어내 팔아도 관계 없다 생각했다.

그렇듯 내 웃음의 가치를 조금씩 줄여나갔다.

어느 순간 나는 종종,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웃음을 다 써버린걸 느꼈지만, 그럼에도 웃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야말로 눈물에 웃음을 빚진다.

이것은 마치, 은행빚과 같아, 언젠가는 터지게 된다.

웃음 빚을 눈물로 많이 져

지금 그것이 나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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歌人

운문 2011. 1. 14. 17:58

지금도 그는 내 옆에서
목이 터지라 노래부르고 있네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참 듣기싫어요.
가슴이 찢어지거든요, 듣노라면.

사랑하는 당신아.
당신이 내게 준 이 사람.
영원토록 목이 쉬도록
죽지못하게 노래시킬래요.
죽었지만 죽지못하게 할래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인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
사랑하는 둘을 내옆에 두니
가슴이 꽉차네요. 미어 터지네요.
노래불러주세요. 당신 목이 터지도록.

사랑하는 당신아.
당신이 내게준 이 사람.
나는 당신에게 가인이 될래요.
당신이 내게준 이 사람처럼
죽는 그날까지 노래만하는.

나는 죽지 않아요.
걱정말아요.
지금 내 앞에서 노래부르는 사람처럼
죽어버려 가슴 아프게 하지 않아요.
걱정 말아요.

사랑하는 당신아.
사랑하는 당신아.
사랑하는 당신아.
사랑하는 가인, 사랑하는 여인
내 사랑하는 당신. 내 당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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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못한다.

운문 2010. 12. 29. 12:25

몬도그로소의 음악이 들려오는데
울지를 못한다.
생각이 나지만 떠올리지를 못해,
얼굴을 보아도 아는 체를 못해,
울지를 못한다.
안구의 근처에서 눈물이 머문다.
내가 진짜, 울지를 못한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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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

운문 2010. 12. 13. 15:38

반갑다는 것은, 다시 말해 누군가를 만났을 때에 호감이 간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만남의 사이 사이에 예쁜 꽃처럼 피어난 에피소드는 민들레의 뿌리처럼 서로에게 깃드는 깊음이 있고, 슬프고 아린 기억은 지나고 나면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머쓱한 고소함이 있다. 봄이 다 가기도 전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다음의 만남을 기다리는 가슴 덕분에, 때 아닌 비를 맞아도 그것이 봄비이기에 상관없다는 억지조차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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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운문 2010. 7. 28. 18:08

한참동안 우산을 가지고 다녔다.

일기예보는 상관없어.

우중충한날이면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녔다.

비가 오는건 너무도 슬프지만

비를 맞는건 더 슬프니까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녀도

비는 오지 않았다. 우산은 짐만될뿐

도무지 쓸모가 없었다.

 

어느날 아침에 하늘을 보았는데

비가 안올래야 안올 수 없는 하늘이었다.

우산을 들고나왔는데

비로소 비가왔다.

들고 있던 우산을 폈다.

쓸모없던 우산은 드디어 이유를 찾았다.

비가 오는 것은 싫지만

우산이 존재를 찾았기에 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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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운문 2010. 2. 15. 09:48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일하는 태도는 올바르지 않았다.

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에 깊이가 있지는 않았다.

내 부모에게 선물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어느 해보다 짧은 시간 곁에 있었다.

큰 병없이 건강했다.
내 몸 관리에 철저하지는 못했다.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연락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직접 찾은 적은 많지 않았다.

남을 위해 노래했다.
그들이 나를 위하지 않았음에 옹졸히 서운해 했다.

여자와 사귀었다.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하고 싶고 아끼고 싶다.
신년에는 그가 곁에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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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운문 2010. 1. 29. 20:50


어느날 발에 쥐가 나서
아무리 얼르고 달래도
아무런 소용이 없던 날이 있었다.

아픈 발을 움켜쥐고선
거울을 보니
눈이 하나 달린 머리에 뿔이난
도깨비가 서있었다.

놀라버린 나
형체가 명확한
얼굴이 붉고 화난
못생긴 도깨비.

꿀같은 꿈만을 그리던
거울속의 내 모습은
어느덧
피맻힌 흰자위,
좁쌀만한 눈동자 뿐이었다.

거울을 깨고 하늘을 보니
계절은 겨울이고 때는 밤이었다.
하늘은 붉었고 구름은 검었다.

영원히 추울 것 같던 그 겨울은
역시나 살갗을 벗겨냈고
끝없이 머물 것 같던 그 밤은
역시나 그대로 어두웠다.

끝나지 않는 겨울과 밤사이에서
나는
눈이 하나가 되고 피부는 붉어진
미친 내 얼굴을 붙잡고
아직도 글썽이는 피를 닦지 못한 채
깨버린 거울을 보고 있었다.

2005년 1월 30일, 지금보다 뜨거웠던 어느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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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나님

운문 2010. 1. 29. 20:38


사랑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사실은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말도
돈을 벌게 해달라는 말도
힘들다는 말도
슬프다는 말도
늦지않게 해달라는 말도
저 버스를 놓치지 않게 해달라는 말도
제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말도
사실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압니다.

하나님 저희는 단지
하나님게서 저희를 지켜주신다는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하나님을 더 믿고 더 따라야 한다는
단지 그 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도해야 하는 것을
저희는 압니다.

하나님이 저희 안에 계심을
온 세상에 함께 계심을
알도록 허락해 주세요.
예수님이 저희를 위해 죽으심을
세상을 위해 부활하심을
믿도록 허락해 주세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항상 행복하길 바라고
항상 건강하길 바라고
슬프지 않길 바라고
고되지 않길 바라는 저희들보다
하나님 믿는
믿고 따르면 저희를 지켜주시는 것을 믿는
저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아멘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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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털

운문 2010. 1. 10. 20:49
마음에 사랑이 가득한데, 사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뜨거운걸요.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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