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08.09.10 그러니까 그러지 말랬잖아요. 4
  2. 2008.08.24 만세 10
  3. 2008.08.21 담보 4
  4. 2008.08.12 고목나무 8
  5. 2008.08.12 양지 바른 그 언덕에서 2
  6. 2008.07.22 너를 본다
  7. 2008.07.18 현식이형
  8. 2008.07.16 난초
  9. 2008.07.15 반갑습니다. 2
  10. 2008.07.14 당신은 죽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매달리지 말랬잖아요.
당신은 그냥 웃는 것이
사계절이 봄날같은 남자니까
그렇게 매달리지 말랬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힘들어하지 말랬잖아요.
당신이 그렇게 힘들어해도
우리는 웃던 모습만 기억하니까
그렇게 힘들어하지 말랬잖아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숨어있지 말랬잖아요.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가 당신을 위로하는 거니까
그렇게 숨어있지 말랬잖아요.

그러니까,
왜 자꾸 말을 안들어요.
떠나지 말랬잖아요.
매달리지도, 힘들어하지도, 숨어있지도 말랬잖아요.
그러니까, 그러지 말랬잖아요.


▶◀ 사계절이 봄날 같았던 안재환씨를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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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운문 2008. 8. 24. 19:57
한국야구만세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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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

운문 2008. 8. 21. 10:10

어떤 이들은
돈을 빌리기 위한 담보로
자신의 스쿠터를 내놓습니다.
어떤 이들은
신뢰를 얻기 위한 담보로
자신의 양심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담보로
목숨을 내놓았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내놓은 담보로
몇명을 살렸습니까.

비오는 날에도 화창할 것 같은
당신의 가지런한 움직임이
몇명을 살렸습니까.
불꽃을 두려워하지 않느라
가슴에 불꽃을 품었던 당신에게
몇명이 신세를 졌습니까.

그런 당신이 우리에게 신세를 집니다.
목숨을 담보로 세상을 구한 당신이
저에게 신세를 집니다.
이제는 당신을 보지 못한다는
더 이상 당신이 구해주지 않는다는
슬픔과 불안을 남깁니다.

비교적 짧았던 2008년의 여름
비소식이 간간했으나 그 순간만은 어림없었던지
세상은 또 당신에게 담보를 걸게 했나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쉬라는건지 그 담보를 날카롭게 앗아갑니다.
저는 그대가 아직 쉬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가버린 당신이 쉬지도 못한다면 전 너무 억울할 터입니다.
편히 쉬세요.

▶◀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구하던 3분을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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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나무

운문 2008. 8. 12. 00:15
고목나무는
말이 없어요.
무슨 말을 해도
그냥 지 할일만 합니다
가지를 흔들거나
가만히 있건 하지요

그런데 고목나무는 참으로 큽니다.
내가 발로 차고 손으로 치고
그리고 빌어도,
흔들거나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고목나무는요
바람정도는 되는 거대함이 올때
가지를 흔들지요
태풍정도는 되는 위대함이 올때
꼿꼿히 자신을 지킵니다

거대하지도 위대하지도 않은
저는
발로 차고 얼르고
하려간 지랄을 하고는 있는데
그렇게 생긴 고목나무는 당최 반응이 없습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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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한잔 하고 하는 말이
과연 취중진담입니까
술에 취해 하는 소리가
과연 진담입니까

진담은 그런겁니까
자기 안에 있는 말을
할말과 못할 말을
다 꺼내어 던지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대와 내가 나눈 그 쓴소리처럼
약간은 대쪽같아지나
그만큼 신중해지는 것이 진담입니다

사람이 끝까지 솔직해질수는 없습니다
완전히 솔직한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기 때문입니다
저와 너는 짐승이 아닙니다

배려와 존중을 담은
적당히 솔직한 말이
바로 진담입니다. 그게 진실입니다.
우리는 오늘 진담을 나누었습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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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본다

운문 2008. 7. 22. 09:27
두눈 똑바로 뜨고
피나는 주먹을 쥐고
내 너를 본다.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게걸스레 입맛을 다시는
너를 본다

썩은 동아줄같은
희망을 점쳐보다,
하늘을 부수는 홍수와
땅을 부수는 가뭄,
그리고 나를 부수는
너를 본다.

세상의 기대를 등지고
과거의 성공을 감춘체
내 너를 본다
이천사년 여름
지옥의 업화
지랄같은 너를 본다.

▶◀ 2004년 슬픔의 죽음을 당하신 김선일씨를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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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이형

운문 2008. 7. 18. 16:41
현식이형. 형이라고 부를게요. 형은 영원한 32살이니까.
저예요.
어느덧 제 주변에는
저 말고는
형 죽기전에 형을 알았던 사람이 없어요.
슬퍼서 죽을거같아요.

저는 너무 어려서
형의 노래를 눈앞에서 들어본적은 없어요.
제 소원이 뭔지 아세요?
형 노래 눈앞에서 듣는거예요.
제가 죽어야 겠네요.
그만큼 형이 보고싶어요.

형 근데 진짜 못생겼네요.
근데 형 그거 알아요?
형은요. 진짜 노래 잘하게 생겼어요.
잘하잖아요 노래.
전 다 형한테 배웠어요.
형처럼 되는게 소원일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전 형처럼은 안죽어요.
전 하지 말란 건 안하고 살거예요.
하고 싶은 것도 내 살 깍아 먹는거 라면 안할거예요.
전 형처럼 살고는 싶어도
형처럼 죽기는 싫으니까요.
서운하시죠.
현식이형, 그래도 사랑해요. 저 죽으면 그때 봐요.


▶◀ 제가 죽어야만 만날 수 있는 가인 김현식 선생을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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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

운문 2008. 7. 16. 19:32
蘭草(난초)

자그마한 창밖으로 하늘을 보오.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듯한,
한치의 에누리 없이 그 하늘과 맞닿은
치솟은 건물의 모서리 그리고 그 아래 사람들
그중에 아둥바둥 살아가는 나를 보오.

비좁은 내 마음에 한송이 난이 피오
어디서 왔는지 모를 그렁그렁 눈물처럼 맑은
그런 난이 좁디 좁은 내 마음에 피어나오.
그리고
향기없는, 쉴곳없는 나를 늘리오, 내가 살찝니다.

내 비록 가진거라곤 알량한 몸뚱이와 얄팍한 속마음뿐,
허나 내 그댈위한 최고의 자리가 될거란, 그럴수 있다는,
그런 착각속에 빠져 살겠소. 또 그 삶끝에 죽으리오.

내 삶을 난으로 매우리오.
오직 한송이의 난만으로 버티리오.
그리하길 용서하오.
삶의 끝이 죽음임을 알기에
영원을 약속할수없는
야속하고 좁쌀같은 내가 기도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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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운문 2008. 7. 15. 11:47

반갑다는 것은, 다시 말해 누군가를 만났을 때에 호감이 간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만남의 사이 사이에 예쁜 꽃처럼 피어난 에피소드는 민들레의 뿌리처럼 서로에게 깃드는 깊음이 있고, 슬프고 아린 기억은 지나고 나면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머쓱한 고소함이 있다. 봄이 다 가기도 전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다음의 만남을 기다리는 가슴 덕분에, 때 아닌 비를 맞아도 그것이 봄비이기에 상관없다는 억지조차 귀엽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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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신을 편애하겠습니다.
당신은 죽었으니까요
당신이 살아있었다면
저는 당신을 다그치고 야단쳤을겁니다.
비난하고 욕했을거예요.
당신이 죽지 않길 바랬으니까요.

그러나 전 당신을 편애합니다.
당신은 죽었으니까요.
애달픈 당신의 삶의 여유가
이제는 한 사람의 아픈 기억이 되서
눈물로 콧물로 새어나올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전 당신의 편을 듭니다.

당신의 편을 드는 저는
그렇다고 남을 욕하지도 못하고
저를 욕하지도 못하는
입바르지 못한 빈속의 강정같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죽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신을 편애합니다.

▶◀  삼라만상을 보러 금강산을 갔다가 돌아가신 당신을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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