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09.12.30 형들에게 2
  2. 2009.12.01 택시 안 1
  3. 2009.11.21 이런 씹쌔끼들 3
  4. 2009.11.10 잊지 못하겠습니다. 1
  5. 2009.09.03 그 곳에서도 그러고 사시길 바랍니다. 3
  6. 2009.08.29 미선아 효순아.
  7. 2009.06.26 Gone too soon(by Dangerous) 5
  8. 2009.06.23 원하는 이미지상 6
  9. 2009.06.15 향수 1
  10. 2009.05.27 실패의 이유

형들에게

운문 2009. 12. 30. 11:29
형들 잘있죠?
저예요. 이제 형들한테 형이라 할 나이가 되네요.

현식이형, 형은 참뜨거웠어요.
불타는 형에게 손대면 손이 녹아버릴것처럼요.
광석이형, 형도 참뜨거웠어요.
형은 불타진않았지만 끓어올랐죠. 펄펄끓었어요.

12월이네요. 요즘 유독 형들노래만들어요.
왜 그리 일찍 갔어요. 형들은.
혹, 모든걸 태우고 재가되어 부숴진건가요.
혹, 차갑게 식어 다시 끓어오르지 못한건가요.

그래서 그렇게 영원이되었나요.
가장 활활 타던, 가장 펄펄 끓던, 그때가 마지막이길원했나요.
그곳은어떤가요.
기타는있나요? 하모니카는요?
언젠가 할아버지가 된 저랑 같이 노래불러요.
그럼 그때 봐요. 사랑해요.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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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안

운문 2009. 12. 1. 09:39
회사에 지각을 할 것 같아
택시를 탔던 날이 있었다.
날은 춥지는 않지만 따스하지도 않았고
택시의 창문에는 김이 서려 있었다.

가는 길이 무료했던 나는
내가 앉아있던 오른편에 가까운 창문에
검지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 나를 보고 있었고, 어쩐지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림과 나는 함께 고속도로를 달렸다.
달리던 중 왼편의 창문을 보니
그곳에는 나 이전에 탔던 이가 그려놓은
장난기 어린 웃는 얼굴이 있었다.

택시에는 나 혼자 탔지만
그리 쓸쓸하지도, 그리 춥지도 않았다.
아마, 택시의 히터가 자기 할일을 다 했을 것이며
양옆에서 날 보고 웃던 얼굴들이 자기 미소를 다 했을 것이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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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씹쌔끼들

운문 2009. 11. 21. 10:08
이 나라는 너무 많은 사람들한테 타자를 칠 권리를 허용하는 것이 문제다.

톱모델 김다울이 죽었다.

애도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가운데

비인간적인 인터넷 댓글들이 나를 너무나 아프게 한다.

진짜 씹쌔끼들이다.

죽은 사람에게는 절대 그래선 안된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일부가 그렇게 잔인한지 오늘 다시금 깨달았다.

이런 씹쌔끼들.

오늘도 그들 중 몇명과 지하철 같은 칸에 타고 출근 했을 것을 생각하니 심장이 뛴다.

씹쌔끼들, 생명이 소중하고 죽어야 마땅한 이들은 없다고 굳게 믿어왔건만

같은 땅에서 태어난 이들이 이렇게 나를 아프게 한다.

진짜 씹쌔끼들이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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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하겠습니다.

운문 2009. 11. 10. 09:58


담담히 떨어지던 단풍이 몹시도 그립고
옆에서서 걷던 그대의 안경에 비추인
바람결에 자리를 옮기는 구름들이 그립습니다.

제가 그리는 것은 그리도 간단한 것입니다.
어느날 했었던 짧은 입맞춤도,
주의 생신날 볼법한 눈부신 거리도 아닙니다.

사실 내게 그리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팔다리 때이고 눈코입 감긴 저였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푸른 날카로움이 제겐 무섭습니다.

가슴에 맺혀서 꽃심듯 꼽았습니다.
그런 당신을 이제야 뽑아서 그런지
아프고 시려서 잊지를 못하겠습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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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기보다는 아름다웠습니다.
스크린, 브라운관, 잡지
사각의 공간안에서 당신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참으로 밝았습니다.
태양처럼 밝았다기 보다는, 그 태양의 햇살이
거울에 비친 정도였습니다. 감히 쳐다볼 수 있는 딱 그 정도 말입니다.

어찌 이렇게 나를 위로하던 이들이 떠나가는지요.
이미 셋을 보낸 나는 그대를 보내며 아니 울지 못합니다.
그대가 내쉰 숨을 내가 마실정도로 가깝지는 못했으나
적어도 그대가 숨을 쉴때 내가 숨을 참고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대가 내쉰 그 숨이 돌고 돌아 나의 곁을 스쳤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그대는 어찌 떠나가는지요.

그대는 화려하기보다는 청초했고 그 청초함이 눈부셔 아름다웠습니다.
선의 뚜렷함에서 오는 경외감보다는 다채로운 색의 조화가 부르는 공감이 있었습니다.
여러 타인으로 분했던 그대여. 가는 순간에는 그대였었나요.
그대가 분했던 여러 타인을 내 기억하나,
그 안의 당신이 더욱 내 가슴에 깊게 새겨져 있음은 어찌된 일일까요.
당신은 제 앞에서 한순간도 당신이었던 적이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진정 바라건데,
그대는 그 곳에서도 여러 사람이 되어
그대를 보는 다른 이들을 울리고 웃겼으면 합니다.
내 당신과 가까이 지내기 민망한 이였던지라 잘 알지는 못하나
그대가 사각의 공간안에서 내보인 오색의 빛이
그 곳에서라고 바랠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 아름다웠던 배우, 장진영씨를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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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아 효순아.

운문 2009. 8. 29. 13:15

미선아 효순아.
보고 있니?
보고 있다면 눈에선 피눈물이 나고 보이는 것들을 멸시하겠구나.

미선아 효순아.
듣고 있니?
듣고 있다면 듣는 귀를 원망하고 말하는 입을 저주하겠구나.

미선아 효순아.
그거 아니?
정말 두려운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혼돈을 우리는 겪고 있어
슬픔의 바퀴에 희생된 너희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미선아 효순아.
우리는 이제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울거야.
그런데 갑자기 울음보가 터지는 것은 왜일까?
먼저간 너희가 서러워서일까? 아니면 왜 그때는 너희를 잘 보내주지 못해서일까?

미선아 효순아.
나는 운다. 눈물이 나서 그 눈물이 홍수가 된다.
어린 나를 용서해줘. 그때, 너희를 위해 모였던 그때
도착만 했을 뿐 솔직하지 못했던 나를 용서해줘. 우리를 용서해줘.

미선아 효순아.
기도해줘.
너희가 슬픈만큼 기도해줘.
서운하겠지만, 아프겠지만
우릴 위해 기도해줘. 고맙고 미안해.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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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too soon(by Dangerous)

운문 2009. 6. 26. 10:04

Goodbye Michael
잘 가요. 내 사랑.

초등학교 6학년 친구가 건네준 워크맨을 통해서 들려 나오던 한 노래는, 당시만 해도 전혀 가수 등의 연예인들에 관심이 없던 에디터에서 한 가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노래의 이름은 Heal the World이었고 가수의 이름은 Michael Jackson이었다. 노래를 듣자마자 환상에 시달린 나는 보이스카웃 수련회 때 과자나 사먹으라고 준 용돈 만원을 아껴서 해당 앨범인 Dangerous를 구매했고, 그 이후로 Thriller, Bad, History등의 모든 앨범을 ‘질렀’음은 물론이고 기회가 되어 미국에 갔을 때, 가장 먼저 국내에 구할 수 없었던 그의 솔로 1집, Off the Wall을 사기 위해 음반 가게에 뛰어들어가기도 했다. 지금도 한 가수에 미치는 이들을 보고 감히 손가락질 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가창력에 있어서, 음악성에 있어서, 춤을 포함한 모든 퍼포먼스에 있어서, 그는 최고였다. 들려주는 것과 보여주는 것, 모든 것에 있어서 과연 황제였다. 춤추면서 부르는 노래는 참으로 어렵지만 그에게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앞으로 가듯 뒤로 가면서 우리 모두를 속였고, 속이는 와중에도 목소리를 뿜어냈다. 자연 그대로의 목소리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Off the Wall부터 Invincible까지 마찬가지였다.

밥딜런 등, 대부분의 전설적인 스타들이 그랬던 것보다 훨씬 심하게 그는 스타일 아이콘이었다. Thriller의 빨간 가죽재킷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랬다. Dangerous에서 보여주는 그의 스타일은 진정한 황제의 그것이었다. 패션웹진 에디터가 하는 말 치곤 조금 부끄러운 일이지만 에디터는 ‘앙드레 김’이 그때만 자랑스러웠다. 마이클 잭슨이 시상식 때 그의 옷을 입고 등장할 그때 말이다.

그런 그는 단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타블로이드지의 표적이 되었다. ‘사고뭉치’가 아니었음에도 ‘사고뭉치’취급을 받았고 사람들은 그를 성형중독자로 몰았다. 몸도 마음도 그는 아팠다. 유독 사람들은 그에게만 모질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전 세계의 아이들을 위해서 노래했는데, 우린 그를 아동 성추행 범으로 몰았고 원고의 사기행각(배심원 만장일치)으로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그를 매도했다. 좋은 음악을 선물해준 그에게 우리는 너무 야박했다. 왜 그리도 그 앞에서는 예의가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백인 여성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한 잡지가 있었다. 그가 한글을 모르길 다행이다.

5세에 노래를 시작하여 50세에 돌아간 그는 11세에 빌보드 차트의 정상을 밟아보았고 그 이후로 수없이 밟아보았다. 기네스북은 그의 앨범 Thriller를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기록 당시 1억 400만장)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그의 곡 중 13개가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고 4개의 앨범이 빌보드 1위로 데뷔했으며, 4개의 앨범 중 마지막 앨범은 비교적 ‘실패’작에 가까웠던 마지막 앨범 Invincible이었다. 그의 10장의 솔로 앨범은, 도합 7억 5천만 장이 팔렸다. 비슷한 판매량을 찾으려면 음악 앨범보다는 컨버스 ‘올스타’뿐이다. 마지막으로 2002년 명예의 전당 작가부문에 등록된 그의 커리어에 실패는 없었다. 지나친 관심이 그를 깎아 내렸을 지 언정, 그의 걸음이 비틀거렸던 적은 없었다. 한 여름의 태양이 강렬하게 길 위의 우리를 앞으로 괴롭힐 텐데, 그런 우리를 위로해주는 이들은 하나 둘씩 떠난다. 마이클도 그렇게 떠나갔다. 에이즈에 신음하는 아이들을 위한 노래, Gone Too Soon은 이제 그를 위한 노래가 되어버렸다. 잘 가요, 마이클, 내 영웅.




▶◀ 정말, 정말 사랑하는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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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이미지상

운문 2009. 6. 23. 01:04

한없이 가벼운 앤지

한없이 생각많은 앤지

구별이 안가는 애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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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운문 2009. 6. 15. 16:52

향수

시 : 정지용
노래 : 이동원/박인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


당신에게는 고향이 있습니까?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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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이유

운문 2009. 5. 27. 00:34

기도끝에 들은 응답이었지만
 
응답을 들은뒤에 기도에 소홀했다.
 
당장 눈앞의 욕심에 너무 눈을 쏟은 채로
 
더 큰 하늘을 보지 못했다.
 
기도로 얻은 해답을 인간의 기대에 맡겼다.
 
내가 실패한 이유가
 
그것이라면 그것이겠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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