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붙잡고
심준섭
건물에서 나와, 가동이 끝난 승강기를 지나
계단을 오르며, 어두운 와중의 가로등 불을 스쳐
사각의 건물들, 흐르는 노래들, 어두운 밤공기를 만나
주유소를 지나, 안경점을 지나, 문 닫은 빵집을 지나
비에 젖은 아스팔트, 미끌거리는 과속방지턱
닿아 버린 정류장, 도착한 집 방향 버스
창문을 열고, 세차게 스며드는 바람을 맞을 때
흘러가는 풍경, 움직이는 시야, 걸어가는 시간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 보도블럭에 발을 올리고
편의점에서 차가운 맥주를 사고, 병뚜껑을 돌리고
메인 목을 녹이면, 다시 목이 메이고
걷다가, 걷다가, 집 앞에 도착해
계속 빙빙, 빙빙 돌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