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를 붙잡고

운문 2013. 5. 21. 14:13

전화기를 붙잡고


심준섭


건물에서 나와, 가동이 끝난 승강기를 지나

계단을 오르며, 어두운 와중의 가로등 불을 스쳐

사각의 건물들, 흐르는 노래들, 어두운 밤공기를 만나

주유소를 지나, 안경점을 지나, 문 닫은 빵집을 지나

비에 젖은 아스팔트, 미끌거리는 과속방지턱

닿아 버린 정류장, 도착한 집 방향 버스

창문을 열고, 세차게 스며드는 바람을 맞을 때

흘러가는 풍경, 움직이는 시야, 걸어가는 시간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 보도블럭에 발을 올리고

편의점에서 차가운 맥주를 사고, 병뚜껑을 돌리고

메인 목을 녹이면, 다시 목이 메이고

걷다가, 걷다가, 집 앞에 도착해

계속 빙빙, 빙빙 돌다가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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