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리뷰 : 리뷰의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는 다는 1차적인 목적과 리뷰라는 장르의 글이 가져야 하는 장르적 성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모토로한 리뷰로 쉽게 말하면, 선별과 성격에서 자유로운 리뷰를 말한다.
LIFUL은 얄미운 단어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은 하나 잘해서 먹고 살기도 버거운데 자체 브랜드와 편집 매장 양쪽을 잘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서 말한 이 '얄미운'이라는 형용사는 동종 타업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쓸 법한 말이고 -마치 엄친아 같이 말이다.- 소비자인 우리는 아무래도 '고마운'이라든지 '괜찮은'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겠다.
이 바닥의 (사실 씬도 싫고 바닥도 싫고 시장도 싫다. 사전을 삶아 먹어서라도 적절한 단어를 언젠가는 찾겠다.)옷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옷으로 가장 인정을 받는 브랜드인 LIFUL. LIFUL은 꾸준히 신작들을 발표 하고 있으며, 재미있고 과하지 않은 디테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꾸준한 것도, 가격대가 높지 않은 것도, 디자인이 무난한 것도 모두 LIFUL의 장점이다. 크게 컨셉을 정해놓지 않고 다양한 부류의 옷들을 만드는 것에 주목하는 것도 괜찮다. LIFUL은 등산 시에 입어도 좋은 WIND BREAKER를 만들고 젊잖은 STRIPE SHIRT도 만든다. 대중들을 위한 옷이라는 것이 '작품'활동의 결과가 아닌 패션'생활'에 일조하는 '제품'생산의 결과라는 점에서 볼 때 다수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LIFUL은 분명 괜찮은 브랜드다.
편집매장 LIFUL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매년 보여주고 있다. 칩먼데이, 락스미스, 인사이트 등의 재미 있는 브랜드들을 하나 둘,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크롬, 사이퍼, 인케이스 등의 브랜드들 또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브랜드 LIFUL과 편집매장 LIFUL은 한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넓은 범위. 다양한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옷을 만들고 브랜드들을 전개한다. 일관된 감성이 관통하는 브랜드들을 취급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 강조하지 않겠다. 한마디만 하자면 LIFUL의 선반 위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는데, LIFUL의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난 브랜드는 보지 못한 것 같다는 것. 역시 관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강요는 하지 않겠다.
공간으로서 LIFUL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몸집의 크기다. LIFUL은 탁 트인 사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추가적으론 새하얗기까지 하다. 이것은 예전 B7 에서 보여주었던 BE@RBRICK 전시회에서 가장 강력하게 시사한 LIFUL의 가능성이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그 당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것은 행사의 주체인 B7보다 공간 LIFUL이었다. LIFUL은 그 행사로 인해서 '문화 복합 공간'의 이미지까지 획득할 수 있었고 행사가 잘 됬던 만큼 상당히 오랜기간동안 이미지를 누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 LIFUL에서 아쉬운 점은 최근 이렇다할 전시회를 LIFUL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마땅한 덩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다른 분야에 매진하는 탓인지 그 덩치를 타 방면에 활용치 않고 있는 것이 아쉽다. 이것은 스스로 LIFUL을 '문화 복합 공간'이라고 무신사의 컨텐츠에 언급한 에디터로서의 아쉬움이며 팬으로서의 허탈함이다. LIFUL의 큰 넓이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만화 슬램덩크의 능남 유명호 감독은 2미터 괴물 고교생 센터 변덕규에게 이렇게 말한다. '널 크게 할 순 없어.' 문화 복합 공간은 '어지간하다면' 클 수록 좋다. 작은 크기의 공간은 오밀조밀하게 내부를 꾸밀 수 있지만 그 오밀조밀함이라는 표현이 한편으로 빈약한 크기에서 오는 자위적 표현임을 생각할 때 더욱 LIFUL의 크기는 아쉬운 매력이다.
넓은 범위의 의류를 전개하는 브랜드로서, 또한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는 브랜드들을 취급하는 편집매장으로서 그리고 지금은 활동이 미비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충분히 걸 수 있는, 그것을 이미 예전에 보여준 문화복합공간으로서 LIFUL은 살아가고 있다. 좋은 소리 쓴 소리를 고르지 않고 했지만 뭐, 팬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