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산문 2009. 6. 10. 17:50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것 등의 비유로 고루함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교과서지만 교과서 문학책 안에 들어있는 글들은 그렇게 보석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그 중 2명의 작가를 좋아하고 1명의 작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데 좋아하는 두명의 작가는 백석과 피천득이요 이해하고자 하는 작가는 이상이다.

방언 표준어를 가리지 않고 표현의 장을 넓히며 시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어떤 형식을 파괴한 시인인 백석과 수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정의와 더불어 잘된 수필의 예까지 스스로 들어준 피천득, 그리고 아직 이해하기에 버거운 이상은 항상 글 쓰는 내 마음 속에서 한 지표가 되어 왔다.

그런데 항상 백석과 피천득을 존경(이상은 솔직히 존경보다는 호기심의 대상이다.)한다고 떠벌리고 다니기는 하는데 정작 그들에 관련된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 부끄러워 작년에는 백석 전집 현대판 한권을 그리고 올 초에는 2009 이상 문학상 작품집을 그리고 얼마 전 마지막으로 피천득의 수필집을 사버렸다. 사실 한번에 싹 다 사도 좋았겠지만, 머리가 나빠서인지 그때마다 지갑이 세권의 책을 부담하기에 가벼웠던 것인지 이제야 세권을 사버렸다. 백석의 촌에서 온 아이를 읽고 이상 문학상을 탄 이들의 단편 소설을 세번씩 읽고 피천득이 내리는 수필의 정의를 살피는데 왜 그렇게도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고 내 손에선 젖비린내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교과서에 나온 이들은 고루한 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 시대 그 누구보다 반짝거리던 이들이었고 그들의 문학이야말로 예전과 지금 나중 모두를 끌어 안을 수 있는 것이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국민학교 3학년 '읽기'수업시간, 수업은 듣지 않고 읽기 책을 맨 뒷까지 남김없이 읽어버렸던 그때의 호기심은 머리가 커버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회색빛으로 변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사춘기라는 세글자로 미화된 알량한 반항심이 보석같던 교과서의 빛깔에 지문과 먼지를 입혀 뿌옇게 만든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확신으로 만들어 준것은 더 나이들어 읽어본 교과서의 주인공들, 그들의 작품들이었다. 백석과 피천득, 그리고 이상 그들에 갖는 내 존경심과 호기심이 나를 더 경쾌하게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마친다.




시간 없다고 핑계대지말고 책 샀으면 빨리 빨리 읽어버리자는 자기 반성을 담아 쓰는 글입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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