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따라서 나는 첫인상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데, 사람은 좋게든 나쁘게든 변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사람을 만나다보면 만나는 이들에 대한 이미지가 쌓이게 마련인데, 이것은 첫인상 정도의 것이 아닌 대하는 이의 언행,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감상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첫인상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만큼 이러한 타인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생겨나지 않지만 한번 그것이 구축되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 나는 이것이 일종의 '신의'의 한 면으로 활용한다. 최대한 남의 '이미지'를 불신의 단면으로 전락시키지는 않으려 노력한다.

채무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처럼 문장들을 이어나갔지만 꼭 그런 것을 위한 서론은 아니었다. 오늘 사실은 한 친구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놀라움과 경외를 남겨보고자 한다.

그는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에게 애인이 생기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랑스러워 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애인의 자리가 늘 비어있던 만큼 친구들을 사랑했고, 일에 열정을 쏟았다. 사람을 좋아해본지가 오래라며 종종 결과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왜 그랬는지, 그가 매우 감성적인 친구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음에도 그에게 왜 애인이 없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대화도 즐겁게 이끌어가거나 받아줄 수 있는 그 친구에게 말이다. 아무래도 그냥 여러 대화들이 곂곂이 쌓여 나 나름대로 어떤 단정을 내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마음에 둔 이가 있다고 나에게 말했다. 욕조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놀라던 한 철학자가 된 것 마냥 나는 놀랐다. 일종의 발견을 한 것 같은 기분에 잠시나마 취했던 나는,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냈다. 그가 누군가에게 우정 이상의 것을 느끼고 그것을 소중해한다는 것 만으로 정말로 기뻤다.

며칠이 지나고 그가 골인했음을 들었다. 그는, 둘이 같은 감정을 갖고 있었음을 확인했고 그 기쁜 사실을 다음날 아침 나에게 전했다. 나는 진심으로 기뻐했고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지나치게 추운 한 겨울에, 감상이라곤 모조리 얼어버릴 것 같은 그런 한 겨울에, 그는 로멘스를 즐겼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라고 하여 그것이 로멘틱하고, 몸과 마음이 얼어붙을 겨울이라고 하여 그것이 로멘틱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그만의 로멘스가 있다. 빌딩 안에서도 입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추운 한 겨울, 소중한 내 친구의 로멘스가 나에게 전해지고, 나도 하루 바삐 그런 로멘스를 즐기길 기도하며 웃음 짓는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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