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

운문 2008. 7. 16. 19:32
蘭草(난초)

자그마한 창밖으로 하늘을 보오.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듯한,
한치의 에누리 없이 그 하늘과 맞닿은
치솟은 건물의 모서리 그리고 그 아래 사람들
그중에 아둥바둥 살아가는 나를 보오.

비좁은 내 마음에 한송이 난이 피오
어디서 왔는지 모를 그렁그렁 눈물처럼 맑은
그런 난이 좁디 좁은 내 마음에 피어나오.
그리고
향기없는, 쉴곳없는 나를 늘리오, 내가 살찝니다.

내 비록 가진거라곤 알량한 몸뚱이와 얄팍한 속마음뿐,
허나 내 그댈위한 최고의 자리가 될거란, 그럴수 있다는,
그런 착각속에 빠져 살겠소. 또 그 삶끝에 죽으리오.

내 삶을 난으로 매우리오.
오직 한송이의 난만으로 버티리오.
그리하길 용서하오.
삶의 끝이 죽음임을 알기에
영원을 약속할수없는
야속하고 좁쌀같은 내가 기도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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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운문 2008. 7. 15. 11:47

반갑다는 것은, 다시 말해 누군가를 만났을 때에 호감이 간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만남의 사이 사이에 예쁜 꽃처럼 피어난 에피소드는 민들레의 뿌리처럼 서로에게 깃드는 깊음이 있고, 슬프고 아린 기억은 지나고 나면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머쓱한 고소함이 있다. 봄이 다 가기도 전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다음의 만남을 기다리는 가슴 덕분에, 때 아닌 비를 맞아도 그것이 봄비이기에 상관없다는 억지조차 귀엽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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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신을 편애하겠습니다.
당신은 죽었으니까요
당신이 살아있었다면
저는 당신을 다그치고 야단쳤을겁니다.
비난하고 욕했을거예요.
당신이 죽지 않길 바랬으니까요.

그러나 전 당신을 편애합니다.
당신은 죽었으니까요.
애달픈 당신의 삶의 여유가
이제는 한 사람의 아픈 기억이 되서
눈물로 콧물로 새어나올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전 당신의 편을 듭니다.

당신의 편을 드는 저는
그렇다고 남을 욕하지도 못하고
저를 욕하지도 못하는
입바르지 못한 빈속의 강정같은 청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죽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당신을 편애합니다.

▶◀  삼라만상을 보러 금강산을 갔다가 돌아가신 당신을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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