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본다

운문 2008. 7. 22. 09:27
두눈 똑바로 뜨고
피나는 주먹을 쥐고
내 너를 본다.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게걸스레 입맛을 다시는
너를 본다

썩은 동아줄같은
희망을 점쳐보다,
하늘을 부수는 홍수와
땅을 부수는 가뭄,
그리고 나를 부수는
너를 본다.

세상의 기대를 등지고
과거의 성공을 감춘체
내 너를 본다
이천사년 여름
지옥의 업화
지랄같은 너를 본다.

▶◀ 2004년 슬픔의 죽음을 당하신 김선일씨를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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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이형

운문 2008. 7. 18. 16:41
현식이형. 형이라고 부를게요. 형은 영원한 32살이니까.
저예요.
어느덧 제 주변에는
저 말고는
형 죽기전에 형을 알았던 사람이 없어요.
슬퍼서 죽을거같아요.

저는 너무 어려서
형의 노래를 눈앞에서 들어본적은 없어요.
제 소원이 뭔지 아세요?
형 노래 눈앞에서 듣는거예요.
제가 죽어야 겠네요.
그만큼 형이 보고싶어요.

형 근데 진짜 못생겼네요.
근데 형 그거 알아요?
형은요. 진짜 노래 잘하게 생겼어요.
잘하잖아요 노래.
전 다 형한테 배웠어요.
형처럼 되는게 소원일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전 형처럼은 안죽어요.
전 하지 말란 건 안하고 살거예요.
하고 싶은 것도 내 살 깍아 먹는거 라면 안할거예요.
전 형처럼 살고는 싶어도
형처럼 죽기는 싫으니까요.
서운하시죠.
현식이형, 그래도 사랑해요. 저 죽으면 그때 봐요.


▶◀ 제가 죽어야만 만날 수 있는 가인 김현식 선생을 추모합니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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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알아듣지도 못하는 잡쓰레기같은 시도 아닌 뭣도 모르는 주제에 남얘기 씨부린 리뷰도 아닌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내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휴학을 4년째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제는 학교라는 곳이 더욱 어색하고 밑도 끝도 없이 배우는 것이 아련하기만 하다. 어떻게 해서든 전공을 살리지 않고 내 나름의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가고 싶은 욕구가 나에게 잠재와 드러남 두가지 가치 위에 오롯이 서있기 때문일까. 실제로 나는 전공을 살릴거냐는 질문에 단 한번도 살리겠다고 자부한 적이 없다. 내가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이 사회에서 대졸생으로 남고 싶기 때문이라고 당연하다는 듯 허장성세에도 찌든다.

도피하다 시피 시작하던 알바와 내가 하고싶은 일을 간이라도 보겠다고 들어온 지금 내가 들어 앉아있는 직장. 하고싶은 일을 하니 행복해요, 라고 자조하고 싶지만 그건 쉬운일이 아니다. 세상은 내가 지구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도 마냥 행복하게만은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고싶은 일 중에서도 하기 싫은일이 있다. 이유는 한가지다. 내가 하는 일이 과거에 단지 '하고 싶은 일'이었을 때는 그 일에 대한 진행-프로세스-에 대해서 무지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그 중간에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 신속하고 정확하고 적확하고 명민하고 뚜렷하게 해야하는지 나는 도무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해야할 일을 안하고 단지 꿀맛같은 포인트만 발라먹겠다고 하면 그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놀고 먹는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놀고 먹으면서 남에 돈 먹겠다는 심보는 도둑놈 심보다. 나는 도둑놈은 아니다.

그런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게으름의 관성이 나에게 주는 딜레마는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아마 모두가 이런 딜레마를 느끼고 괴리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믿지 않는 이상 자위도 불가능하다. 이것을 해야하는지 저것을 해야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리하지 못한다. 아니, 아니한다. 이유를 파헤치면 시작은 하나다. 나는 게으르다. 처방을 내려야 한다.

이 시대에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남에게 월급을 받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장이라는 것은 지금은 나의 현실이지만 지나고 나면 나의 경험이고 나의 경력이 된다. 엎어지랴 뒤처지랴 속된말로 존나게 열심히 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쌓여만 가는 자신의 경력일까 아니면 이 안에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야망일까. 내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개인 적으로는 내가 이 안에서 무엇을 이루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다음을 생각하고 일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키 한키에 기백을 실어 나른다.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심지어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로 바꾸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내가 어릴적부터 꾸던 꿈은 어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아니고 그냥 어떤 사람이니까. 나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이 될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때의 나는 통렬한 내가 되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쓰고 싶은 글이건 안쓰고 싶은 글이건 읽고 싶은 글로 만들기 위해.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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