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에게

운문 2009. 12. 30. 11:29
형들 잘있죠?
저예요. 이제 형들한테 형이라 할 나이가 되네요.

현식이형, 형은 참뜨거웠어요.
불타는 형에게 손대면 손이 녹아버릴것처럼요.
광석이형, 형도 참뜨거웠어요.
형은 불타진않았지만 끓어올랐죠. 펄펄끓었어요.

12월이네요. 요즘 유독 형들노래만들어요.
왜 그리 일찍 갔어요. 형들은.
혹, 모든걸 태우고 재가되어 부숴진건가요.
혹, 차갑게 식어 다시 끓어오르지 못한건가요.

그래서 그렇게 영원이되었나요.
가장 활활 타던, 가장 펄펄 끓던, 그때가 마지막이길원했나요.
그곳은어떤가요.
기타는있나요? 하모니카는요?
언젠가 할아버지가 된 저랑 같이 노래불러요.
그럼 그때 봐요. 사랑해요.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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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 것

산문 2009. 12. 17. 10:13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 만큼 좋아하는 것은 노래를 듣는 일이다. 다양한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럼에도 특별히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가수들이 몇명 있는데, 그런 그들의 노래를 들을 때면 아주 행복하여 잠시나마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을 잊곤 한다.

기술이 많이 발달한 시대인 지금 그들의 노래를 듣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 중 최고인 것은 역시 우연히 듣는 것이다. 길을 가던 중, 레코드 샵에서 흘러 나오는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듣는 것은, 나에게는 행운과도 같은 일이다. 그 날 만약 비라도 내리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군 시절, 복도를 걷다 화장실에 설치해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문세의 '그대와 영원히'를 들은 일이 있다. 나는 그 노래를 알게 된 후 지금 이때까지 그렇게 아름다운 '그대와 영원히'를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랑하는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는 것이란, 나에게 있어 그렇게도 행복한 것이다.

버스 안의 라디오에서 그러한 음악들이 흘러나오는 것 역시 매우 설레이는 일이다. 고단한 아침,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출근길에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는 심신이 지친 나를 위로하고 보듬어준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버스 벨이 울리는 바람에 그 위로가 끊어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버스 벨이 울린 뒤 버스 내 광고가 너무 길게 흘러나와 그것이 끝났을 때 노래가 이미 끝나 있거나, 혹은 그 사이에 버스 기사가 라디주파수를 바꿔버리는 것들도 역시 너무도 애석한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는 요즘 팔자에도 없던 아이팟의 이어폰을 귀에 꼽고, 내가 듣고 싶었던 음악을 모두 담아서 어디를 가나 듣고 다닌다. 내가 사랑하는 가수들의 노래도, 내가 단지 즐기는 노래도 모두 들어있다. 하지만 모두 우연인 것만 못하다. 우연히 흘러나오던 노래가 주던 반가움과 기쁨은 그것을 흐르게 하는 주체가 내가 되므로 일부분 사라졌다. 문명의 혜택을 크게 받은 덕분에 소소한 즐거움과 거리를 두게 된 나는 그럼에도 우연인 것들을 포기한 채, 편한 것을 선택한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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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입는 옷 중에서, 절대로 ‘패션 아이템’이라는 호칭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밖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 정답이 있겠다. 그렇다면 속옷? 아니 될 말. 여성들에게는 이미 옛날 옛적부터 패션아이템이었고, 남성들 역시 바지 위로 살짝 보이는 속옷 로고 등에 신경 쓰게 된지 꽤나 지났으니 속옷은 패션 아이템이라고 불러도 괜찮겠다.

양말? 검정양복에 검정양말을 신는 정도의 ‘매너’가 양말의 가치 그 전부이던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패턴의 패션 양말들이 이제 각종 브랜드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바지를 롤업하면 얼마나 예쁜지 깨달아버린 지금은 더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니까 양말도 패션아이템이라고 부르면 별 문제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내복’이다. 그렇다. 내복이야말로 절대로 패션아이템이라고 할 수 없는, 오히려 몸의 라인을 둔하게 만들어 스타일을 해치는, 그런 옷이다. 겨울철, 내복을 입으면 아주 따뜻하며, 덩달아 실내온도를 낮출 수 있고, 나아가 지구 온난화 현상을 늦출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입기 꺼려질 때가 많다. 고로 내복은 패션 아이템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죽도록 추운 날, 입기도 안 입기도 거시기한 ‘계륵’같은 존재다.

하지만 지구에 있는 모든 내복이 닭갈비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 태어난 어떤 내복은 ‘내복도 입을 만하다.’ 라는 인식을 넘어, ‘아, 이 옷 참 예쁘다.’라는 경탄까지 불러왔다. 그 내복 입기 꺼려하는 한국에서 지난 겨울, 18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유니클로의 히트택이 그 주인공. 그 히트택이 2009년 겨울, 더욱 다양한 종류와 색상을 들고 찾아왔고 그 자신이 패션아이템을 증명하기 위하여 ‘패션 쇼’까지 열었다. 그 현장에 무신사 매거진이 다녀왔다.

기존의 벙벙한 내복과는 다르게 슬림하면서도 흡수 및 발열 성능이 뛰어난 형태로 작년 한해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에게 무진 사랑을 받았던 히트택. 대부분의 내복들과 마찬가지로 히트택 역시 ‘스타일’적인 면을 많이 강조했는데, 오직 히트택만이 말뿐이 아니었던 것인지 작년 한해 다양한 스타일링에 이용되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스타일은 올해 더욱 진화하게 되었고, 결국 11월 26일 히트택을 활용한 프레스 프레젠테이션 패션쇼가 청담동 도산공원 사거리의 호림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쇼의 컨셉은 비즈니스, 캐주얼, 스포츠 세 가지였다. 각 컨셉에 맞게 스타일링된 히트택은, 더 이상 이것이 ‘내복’에 머물지 않음을 강조했다.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케주얼 스타일부터 도시적인 감성의 오피스 룩까지 거침없이 연출해낸 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것이었다. 또한 한켠에는 쇼룸을 마련해두어 쇼가 끝난 뒤에 다시 한번 패션과 히트택의 앙상블을 되새길 수 있도록 도왔다.

한 브랜드에 있어서, 또는 한 아이템에 있어서 의미의 부여는 브랜드 그 자신에게 달려있다. 유니클로의 히트택 역시 마찬가지다. 기능성 내복을 만들었지만 그것이 내복 이상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 내려야 하며 또한 그것을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한다. 껍데기뿐만 아닌 알맹이도 함께 해야 함은 물론이다. 유니클로는 히트택을 단순한 내복 그 이상의 존재로 정의하기 위하여 실제로 이것이 스타일링이 가능한 것임을 가장 적절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증명했다. 히트택에 대한 큰 관심만큼이나 많은 프레스들이 모였고, 따라서 많은 매체들에 소개될 본 프레젠테이션 패션쇼가 히트택을 포함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내복을 모조리 못 믿고 있는 극 소수의 이들마저 설득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응답은 유니클로가 알겠지만 에디터는 YES에 한 표를 던지겠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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