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사항

산문 2010. 1. 15. 12:26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일까 라는 큰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질문에 한번쯤 대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는데, 나는 어찌되었건 글을 쓰는 대가로 돈을 받고 있으며, 그렇다면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섣부른 대답은 절대로 피해야 할 민감한 질문임에 분명하며 일정부분 정답이 나와있기도 한 질문이기에, 약간 우회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내가 생각하는 우회적인 방법은 약간 질문을 바꾸어 보는 것인데 나는 이 참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글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또 대답도 해보고자 한다.

첫째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쉬운 글이다. 이는 내용적으로 매우 무미건조하거나 단순함을 뜻하는 것이 아닌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남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써놓은 글을 말한다. 물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인 글을 쓰는 것도 어렵고 성취감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 개인의 성격도 그렇고 좋아하는 글들의 성격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는 글이 내가 바라고자 하는 그것임에 분명하다. 나는 종종 내가 일상을 살면서 느낀 것들을 글감 삼아 적어내려 갈 때가 있다. 공개된 장소에 일상을 담은 글을 쓰는 이의 글이 너무 읽기 어려우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다. 내용은 진중하고 깊되,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글이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이다.

둘째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맞는 글이다. 나는 내 글을 다시 읽어볼 때가 많은데, 종종 어색한 표현이 사용되었거나, 말이 맞지 않은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너무나 쑥스러워, 홍당무 같은 얼굴을 감추지 못하곤 한다. 사실 어법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은 대단히 당연한 일이다. 특히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처럼 '나 글 쓰는 거 좋아하오.'라고 대놓고 사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내 글은 종종 그렇지 못하다. 좋은 내용을 풀어내기 위해선 좋은 문장을 구사 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문장을 맞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맞는 문장으로 내 생각을 풀어내고 싶다.

무엇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따뜻한 글이다. 나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진실된 글도 좋고, 감성이 충만한 글도 좋다. 하지만 나는 내 진심을 여과 없이 글로 표현하여 읽는 이에게 불쾌감을 주고 싶지 않다. 격앙된 감정이 담긴 글이란, 감정을 강요하는 글이 될 때가 있다. 오히려 본의를 흐릴 수도 있다. 걸러낸 감정, 정제된 진심을 담고 싶다. 희로애락을 담되 따스하게 쓰고 싶다. 따스한 내 글을 읽은 이가, 그것이 즐거운 내용이라면 환하게 웃었으면 하고, 그것이 슬픈 내용이라고 할 지라도 따듯한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다. 팬은 칼보다 강하다지만, 내가 쥔 팬 자루는 온화했으면 좋겠다. 나의 일상을 진솔하고 따뜻하게 써내고 싶다. 올바른 문장으로, 그리고 누가 읽어도 쉬운 문장으로 나 자신과 나의 감성을, 내 주변과 삶의 발견을 풀어내고 싶다. 어떤 이가 내 글을 읽었을 때, '쉬었다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일로, 때로는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 그보다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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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털

운문 2010. 1. 10. 20:49
마음에 사랑이 가득한데, 사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뜨거운걸요.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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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따라서 나는 첫인상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데, 사람은 좋게든 나쁘게든 변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사람을 만나다보면 만나는 이들에 대한 이미지가 쌓이게 마련인데, 이것은 첫인상 정도의 것이 아닌 대하는 이의 언행,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감상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첫인상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만큼 이러한 타인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생겨나지 않지만 한번 그것이 구축되면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는 나는 이것이 일종의 '신의'의 한 면으로 활용한다. 최대한 남의 '이미지'를 불신의 단면으로 전락시키지는 않으려 노력한다.

채무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쓸 것처럼 문장들을 이어나갔지만 꼭 그런 것을 위한 서론은 아니었다. 오늘 사실은 한 친구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놀라움과 경외를 남겨보고자 한다.

그는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에게 애인이 생기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랑스러워 하지는 않았지만 크게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애인의 자리가 늘 비어있던 만큼 친구들을 사랑했고, 일에 열정을 쏟았다. 사람을 좋아해본지가 오래라며 종종 결과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왜 그랬는지, 그가 매우 감성적인 친구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음에도 그에게 왜 애인이 없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충분히 매력적이고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대화도 즐겁게 이끌어가거나 받아줄 수 있는 그 친구에게 말이다. 아무래도 그냥 여러 대화들이 곂곂이 쌓여 나 나름대로 어떤 단정을 내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마음에 둔 이가 있다고 나에게 말했다. 욕조의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놀라던 한 철학자가 된 것 마냥 나는 놀랐다. 일종의 발견을 한 것 같은 기분에 잠시나마 취했던 나는,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건냈다. 그가 누군가에게 우정 이상의 것을 느끼고 그것을 소중해한다는 것 만으로 정말로 기뻤다.

며칠이 지나고 그가 골인했음을 들었다. 그는, 둘이 같은 감정을 갖고 있었음을 확인했고 그 기쁜 사실을 다음날 아침 나에게 전했다. 나는 진심으로 기뻐했고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지나치게 추운 한 겨울에, 감상이라곤 모조리 얼어버릴 것 같은 그런 한 겨울에, 그는 로멘스를 즐겼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라고 하여 그것이 로멘틱하고, 몸과 마음이 얼어붙을 겨울이라고 하여 그것이 로멘틱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는 그만의 로멘스가 있다. 빌딩 안에서도 입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추운 한 겨울, 소중한 내 친구의 로멘스가 나에게 전해지고, 나도 하루 바삐 그런 로멘스를 즐기길 기도하며 웃음 짓는다.
Posted by 심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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